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의 디지털 버전으로, 현금의 법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 및 디지털 결제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통화 형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성 강화, 결제 효율성 제고, 통화정책 집행력 강화 등의 이유로 CBDC 발행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CBDC의 개념과 특징, 도입 배경, 예상되는 경제적 변화, 그리고 미래 전망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CBDC의 개념과 등장 배경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로, 기존의 지폐나 주화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암호화폐와 달리, CBDC는 발행 주체가 국가의 중앙은행이며, 변동성이 극히 낮고 법적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CBDC의 등장은 크게 세 가지 흐름에서 기인한다. 첫째, 현금 사용의 급격한 감소다. 모바일 결제와 카드 결제의 확산으로 현금 비중이 줄어들면서, 중앙은행은 통화 공급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둘째, 민간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이다. 특히 페이스북(현 메타)이 시도했던 리브라(Libra) 프로젝트는 각국 중앙은행에 통화 주권 잠식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셋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실물 현금 의존도를 줄이고 결제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이 대두됐다.
CBDC의 경제적 효과와 기대 변화
CBDC 도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금융 인프라의 현대화다.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상업은행과 결제망을 통해 유통하면 결제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이 절감된다. 이는 특히 해외 송금, 소액 결제, 공공 보조금 지급 등에서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또한, CBDC는 통화정책 집행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은 CBDC 계정에 직접 금리를 부과하거나 지급할 수 있으며, 경기 침체 시 ‘디지털 헬리콥터 머니’ 형태로 국민에게 직접 자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이 방식은 기존의 금융 중개 단계를 최소화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신속하게 전달한다.
금융 포용성도 확대된다. 은행 계좌가 없는 취약 계층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CBDC 지갑을 보유할 수 있어,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상업은행의 예금 기반을 약화시키고, 민간 금융업의 역할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CBDC의 미래 전망과 과제
CBDC는 향후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e-CNY)을 시범 운용하며 국제 무역 결제에도 적용 가능성을 탐색 중이고,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준(Fed)도 각기 디지털 유로, 디지털 달러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CBDC의 미래는 기술적 안정성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금융 시스템 충격 완화 등 복합적 과제를 해결해야만 열린다. 특히,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게 될 경우, 정부의 과도한 감시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사회적 신뢰 형성의 중요한 변수다.
향후 10년 내에 주요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에서 CBDC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는 단순히 ‘현금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통화 발행 구조, 금융 중개 방식, 국제 결제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키는 대전환이 될 것이다. 각국은 경쟁과 협력 속에서 CBDC의 표준화, 상호 운용성, 그리고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