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이라는 말, 참 단단한 단어죠. ‘일이 없다’는 말인데,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하지 않습니다. 누구는 쉬는 중이고, 누구는 뛰고 있지만 자리를 못 찾고, 누구는 아예 방향을 잃은 채 멈춰 서 있습니다. 다 같은 실업이라고 뭉뚱그리기엔, 그 무게가 너무 달라요.
내 친구 얘기부터 해볼게요. 대학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업은 안 했습니다. 이 회사는 복지가 별로고, 저 회사는 출퇴근 거리가 멀다고 고민하다가 한 달, 두 달이 지나갔죠. 본인은 “쉬는 중”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실업 상태였어요. 이게 바로 마찰적 실업입니다. 지금 일하지 않는 건 맞지만, 이건 잠시의 공백이에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틈’이랄까. 어떻게 보면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15년 동안 일했던 선배가 있어요. 생산직이었죠. 공장 자동화가 되면서, 갑자기 “더 이상 사람이 필요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른 곳에 이력서를 내봤지만, 나이 많다고, 기술이 다르다고 죄다 퇴짜예요. 이건 단순한 공백이 아닙니다. 이제는 일자리가 ‘없어진’ 거죠. 이게 바로 구조적 실업입니다. ‘일하고 싶다’는 의지로는 안 되는 문제예요.
마찰적 실업: 탐색 중이라는 신호
사실 마찰적 실업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이직 준비, 계약 만료, 취업 재도전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기예요. 조금 기다리면, 노력하면, 괜찮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죠. 오히려 문제는 이 시기가 너무 길어졌을 때예요. 경력 공백이 길어지면 면접에서도 자꾸 불리하게 작용하니까요. “왜 이렇게 쉬셨어요?”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참 애매하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좌절을 겪어요.
그리고 마찰적 실업은 **경기 흐름**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는 시기엔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도 자리를 못 잡아요. 그렇다고 본인이 게으르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탓할 건 타이밍과 구조지, 개인의 태도만은 아니니까요.
구조적 실업: 너무 많이 바뀐 세상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잘나가던 업종이 어느 날 통째로 사라지기도 하죠. AI가 글도 쓰고, 디자인도 하고, 심지어 코딩까지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변화는 들으면 신기하지만, 그 밑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년층은 더 힘들어요.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우냐”는 말,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까요. 그냥 ‘일을 못 구했다’고 말하기엔, 그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 일을 대체할 다른 일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대기업들이 점점 사람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어요. 단지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지는 느낌. 이게 구조적 실업의 본질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방향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술 변화에 맞는 재교육 다만 이건 말처럼 쉽지 않으니, 정부가 제대로 된 지원을 해야 해요. 현실에 맞는 교육이어야 하고, 교육 후 일자리 연결까지 도와줘야 해요. 일자리 질 개선 시간제나 계약직 말고,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최소한의 안정감이 있어야 삶도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나이·경력 차별 줄이기 아직 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나이 많다는 이유로 문을 닫아버리면 사회 전체가 손해입니다. 지역 균형 투자 수도권 말고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가 생겨야 굳이 다들 서울로 몰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실업률이라는 숫자는 매달 발표됩니다. 하지만 그 안엔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 불안, 무기력** 같은 건 담기지 않아요. 그래서 통계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예요. 직접 겪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게을러서 놀고 있는 게 아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마찰적 실업은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구조적 실업은 누구든 겪을 수 있는 ‘다음 차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아야 해요. 내가 지금 일하고 있더라도,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